/제공=Studio R.

/제공=음성노동인권센터.

/제공=음성노동인권센터.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건국우유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이 17일 오전 서울 건국대학교 상허문 앞에서 개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건국우유 공동행동, 음성민중연대, 플랫폼C,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노총 충주음성지부,  음성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꿈틀 등 17개 노동시민단체를 비롯 건국대 재학생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심규원 공동집행위원장(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건국대지부 지부장)은 “사랑하는 우리들의 학교가 앞장 서서 노동 착취를 벌이고 있는 현실에 분노한다”며 “건국우유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 파견 관행을 철폐하고 공장 내 모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심 위원장은 “건국대는 건국우유의 불법파견 및 간접고용 즉각 철폐하고, 건국우유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공=음성노동인권센터.

앞서 지난 3월,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충북 음성군 대소면 대풍산단에 위치한 건국우유가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용직 노동자를 사용하고 △근로계약서 미작성 △주휴수당 미지급 △연차휴가 미부여 등 노동법상 권리를 침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윤준 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은 “최근 우리 사회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에스코넬-아리셀 화재 참사 역시 간접고용과 불법파견으로 점철된 불안정 노동의 현장이었다”며 “음성지역 또한 지난 20년 간 직업소개소와 사내하도급 업체, 원청 간의 다단계 간접고용 구조가 뿌리 깊게 자리잡은 지역”이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의 근로감독 결과 건국우유의 하청업체가 지역의 직업소개소들과 불법 파견 관계를 맺고 일용직 노동자들을 착취해 온 것이 밝혀졌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임금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임금을 착취당하며 일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그럼에도 건국우유는 본인들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고 이사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본인들과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며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오늘 이 자리는 진짜 사장인 건국대에 대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마련됐다”고 역설했다.

/제공=음성노동인권센터.

/제공=음성노동인권센터.

건국대학교 학생들의 규탄발언도 이어졌다. 

이인진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건국대지부 부지부장은 “건국우유라고 하면 우리 학교가 운영하는 수익사업체 중 하나로만 알았다. 그런데 노동자 당사자분의 생생한 착취 증언을 듣고 송구스러운 마음에  학교에 분명한 책임을 묻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 부지부장은 “직업소개소에서 값싸게 파견된 일용직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조차 보지 못한 채 노동 현장에 그야말로 내던져졌다고 한다. 이 착취 고리의 최종심급은 하도급업체도 직업소개소도 아닌 원청인 건국우유, 그리고 건국우유를 경영하는 학교 법인에 있다”며 대학의 무책임을 비판했다.

이어 이 부지부장은 “대학에서 건국우유를 경영하며 발생한 수익금은 대학의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노동자들의 눈물과 피로 일군 장학금은 거부하겠다. 건대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의 어려움에 민중을 위한 공동체와 혁신의 정신으로 설립됐다. 우리 대학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공=음성노동인권센터.

김규원 음성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건국우유는 ‘충북우유’라고 알려질 만큼 지역에서 나름의 애정이 있다”고 소개하고 “그러나 지역의 제품을 사랑하고 싶어도 건국우유가 그러지 못하게 막고 있다. 가장 급선무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온전하게 되찾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역의 소비자로서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건국우유 공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10개월 동안 일하다가 부당해고된 노동자 A씨도 발언에 나섰다. 

A씨는 “건국우유에 일하는 사람들은 건국대라는 대학의 법인에서 일한다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면서 “저 역시도 일용직으로 일하면서도 자부심을 가졌다. 갑자기 작업시간이 바뀌어 몸살이 나 병원에서 링거를 맞아가며 일을 했는데 갑자기‘내일 아침부터 나오지말라’고 통보를 받고 해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휴일도 없고 병가도 없다. 음성지역의 건국우유 공장은 큰 사업장에 속하는데 그런 사업장이 모범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당장의 생계로 인해 침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나라도 세상에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기자회견장까지 오게 됐다”고 토로했다.

A씨는 “사실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이고 특히 학생들까지 나서주니 기운이 생기고 용기가 난다. 다들 이렇게 연대해 주어 정말 감사하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제공=음성노동인권센터.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선 임용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파견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26년째가 됐으나, 그동안 일터 곳곳에서 저임금 고위험 장시간 노동에 처해 있는 불안정 노동자들이 가득해졌다”고 했다.

임용현 상임활동가는 “근로기준법에는 중간 착취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파견법의 제정으로 간접고용이 더욱 만연한 것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특히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서는 파견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런 규정을 버젓이 무시하면서 인력 공급 업체를 활용해서 노동자들을 일회용품처럼 쓰다 버리는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한편 이날 규탄발언이 끝난 후 건국우유의 불법파견과 간접고용과 관련 학교에 책임을 묻는 규탄 퍼포먼스가 있었다. 

우유곽 모형을 들고 나온 학생들은 “건국우유의 수익금의 전액은 건국대 장학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노동자를 착취해 만들어지는, 이런 부정의한 성분표로 가득찬 우유를 팔아서 나온 장학금을 거부한다”며 모형의 전면에 붙여진 성분표를 뜯어냈다. 

성분표에는 ‘불법파견/간접고용’, ‘다단계 하청/중간착취’, ‘각종 노동권 침해’가 적혀 있었다. 

이어 뜯어낸 뒤 나타난 새로운 성분표에는 ‘불법파견 철폐! 간접고용 폐지!’, ‘하청노동자 직접고용!’,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이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학생들은“이 문구들은 건국우유 공동행동이 현장에서 반드시 쟁취해낼 요구들이다. 이 요구가 건국우유 공장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공동행동 끝까지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제공=음성노동인권센터.

퍼포먼스 이후 최종현 학생사회주자연대 회원과 위대현 교수노조 대외협력실장의 기자회견문 낭독이 있었다. 

음성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건국우유 공동행동의 활동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음성군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지역과 음성지역의 연대, 학생과 노동자의 연대로 이루어진 건국우유 공동행동은 건국대학교의 건국우유 노동자들의 직접고용과 노동법상 권리 보장을 위해 지속적인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영상제공/Studio R. 글/고병택 기자  marco1717@naver.com

<저작권자 © 음성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