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공개된 음성군 특정감사 결과 보고서 일부. (원내) 고병택 기자

음성군청 자전거팀이 2005년 8월 창단 이래 최대 시련을 맞고 있다.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맹위를 떨치며 음성군을 ‘체육강군’으로 이끌었던 19년의 위상이 침몰할 위기에 처해 있다.

한때 ‘장경구’라는 걸출한 스타를 보유하는 등 국내 사이클계를 호령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초부터 불거진 각종 의혹에 시달리며, 현 감독이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소속 선수들의 사기 저하는 불문가지다.

지난 11일 경남에서 개막된 제105회 전국체육대회에는 감독이 배제된 채 선수들만 참가하는 참담한 일도 발생했다. 호성적은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본 기자는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받은 제보를 토대로 지난 두 달여 간 음성군청 자전거팀에 대한 심층취재를 이어왔다. 

먼저 지금까지 다수의 관련자 진술과 자료 등을 확보했고, 제기된 의혹과 취재결과를 두고 최종 크로스 체킹 단계에 있음을 밝힌다. 

제기된 의혹에는 “자전거팀 장비 구입 시 특정업체와 리베이트 성격의 돈이 오갔고, 관련자도 있을 것”이라는 일방적인 주장도 섞여 있다. 이에 대한 반론은 기확보했다. 

그러나 이 중 일부는 기자의 취재 범위를 벗어난 수사기관의 영역으로, 접수된 진정서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그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혹의 중심에 있는 2023년도 장비 구입시 견적서, 품의서, 계약서, 지출서 등에 대한 비교 분석은 마친 상태이다. 대한체육회 기금 운영내역도 확보됐다.

관련 기사는 예산집행 과정에 관여했던 인사 등에 대한 추가 확인을 마치는대로 보도할 예정이다.

음성군 특정감사, 의혹과 억측 해소 못 시켜

사실, 본 기자는 지난달 10일 발표된 음성군의 감사결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언론이 주로 인용하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감사과정 및 지적사항, 조치내용이 비교적 세밀하게 공개된다. 

그러나 음성군이 공개한 감사결과에는 총평 일부를 제외하면 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생략한 채 3개 종목을 함께 묶어 관련규정 위반 여부 등만 간략히 공개하는데 그쳤다.

때문에 해당 감사결과만으로는 자전거팀을 겨냥한 각종 의혹과 억측을 해소할 만한 단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감사결과 시정 2건, 주의 13건 등 총 15건의 행정상 조치가 이루어졌고, 2명의 공무원에 대한 신분상 조치가 요구됐다는 사실은 인지할 수 있었다.

해당 공무원들의 주요 징계 사유는 계약체결 전 선발주 부적정, 분할발주 수의계약 부적정, 예산 사전의결의 원칙 미준수, 물품관리 소홀, 성희롱 고충처리 부적정 등으로 요약된다. 

기자가 이 부분에 주목했던 이유는 제보 내용과 비교적 연관성이 깊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사안들은 관련자간의 재판 및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왜 팀장과 주무관인가?

오늘 기자는 취재과정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한 가지 문제점을 짚고자 한다. 

감사결과에 의해 징계에 회부되는 팀장과 주무관 등 2명의 공무원에 대한 책임소재 문제이다.

‘관행처럼 이루어졌던 일들을 왜 이들 2명의 공무원에게 모두 전가시키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앞섰다.

이번 감사에 배경이 됐던 자전거팀에 대한 의혹의 핵심에는 음성군, 감독, 제보자, 군의원, 지역신문, 담당부서, 제3의 인물 등 다수가 등장한다. 

그런데, 왜 모든 책임이 담당부서의 팀장과 주무관에게 돌아가는 것일까?

취재결과, 꼬리를 무는 의혹의 시작점은 ‘계약체결 전 선발주’ 로부터 출발했다.

이는 예산이 책정되기 전 먼저 장비를 외상으로 구입한 후, 추경을 세워 사후 지출한 행위가 잘못됐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본예산이 소진됐는데 갑자기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선수들의 훈련과 대회 출전에 차질이 없도록 선조치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부분이 해당 공무원들에게는 주요 징계 사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 

구체적인 연도별 예산액과 장비구입 및 지출내역은 향후 기사를 통해 하나씩 보도할 예정이다.

예산 확보되기 전 훈련 중지 · 대회 출전 포기?

앞으로 자전거팀 담당 공무원들이 징계를 피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기확보되기 전에는 어떤 이유로든 (감독은) 절대로 장비를 구입해서는 안된다. 설령 장비를 구입하더라도 사후 결재는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예산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훈련을 중지하고 대회 출전도 포기할 밖에 도리가 없다. 선수가 이탈해도 어쩔 수 없다.

그렇지 않을 경우, 누구도 징계를 피할 수 없는 극단적 구조이다. 

2명의 공무원에 대한 징계에 앞서 자전거팀 예산 운영시스템을 전면 개선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선수 영입 및 교체 등 특수한 경우, 이를 미리 산정해 본예산에 미리 반영하는 혜안도 필요하다.  

2023년 이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을까? 

만일 이번 감사로 2명의 공무원에게 내려진 징계가 합당하다면, 지난 2005년 창단 이후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수 많은 전현직 공무원도 모두 재소환돼야 한다. 

그래서 창단 이후 19년치 예산집행내역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특히 해당부서의 상급자, 부군수, 군수도 이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예산집행의 최종 결정권이 이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2명의 공무원에 대한 징계 여부는 현재 재판 중인 사건 및 경찰 조사와 맞물려 있는 사안으로,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담당직원들의 일부 소홀했던 행정처리 및 세심하지 못했던 민원 대응에 대한 시정 요구는 마땅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지역사회 내 특정 인사들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발단이 됐다. 

이들의 인간관계가 틀어지면서 야기된 얽히고설킨 문제를 조기 수습하기 위해, 해당 공무원들의 징계를 서두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경찰의 조사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작은 실수에 대해 큰 징계를 하게 되면 주위 직원들이 위축되는 소위 ‘복지부동’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동료 직원의 징계는 다른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근무사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징계행위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람관리, 조직관리의 수단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징계 수위도 마찬가지다.

누가 앉더라도 징계를 피할 수 없는 곤혹스러운 자리, 다음 희생자는 누가 될까?

ps : 지난달 20일 발표된 음성군 직장운동경기부 운영시스템 개선책이 시급히 가동되길 기대한다. 창단 20년을 앞둔 음성군 자전거팀의 재도약을 위한 군민들의 애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병택 기자  webmaster@e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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